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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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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30620

2023.06.20 01:11 #

오늘은 지인분 시나리오 테플~ 즐거웠다… 이 사람의 상당한 오타쿠력이 보였다……

짬밥 장난 아니다… 그리고 정말 연출을 잘 하는구나…… (질투날 정도의 실력!) 

사람의 마음은 정말 이상해… ㅠ_ㅠ 누군가에게 애정을 붙이고 그 사람 때문에 한 걸음 더 걸어보자고 생각하고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내가 흡혈귀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건 결국… 이하 2021년도에 적었던 말을 일부 인용하여 후기를 작성하기로. 어차피 흡혈귀 얘기만 나오면 맨날 똑같은 말하지만.

 

영웅서사란 결국 희생과 귀환의 이야기인데 이 부분에서 더블크로스라는 건 결국 영웅 서사가 될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자신을 희생하고 인연을 희생해서라도 현실로 돌아가는 이야기… 돌아간단 점에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을 배신하는 것이기도 하고… 대단히 정석적임.

 

흡혈귀는 시체이기 때문에 부활할 수 없고 그래서 자신과 같은 이방인을 늘려가는데 여기서의 희생은 결국 자신의 희생이 아닌 타인의 희생, 시체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은 없고 그들에게 안배된 건 무덤 뿐. 한 끼의 불행, 타인의 발목을 무는 뱀의 독니… 그 삶엔 영원한 안식이 없고 만족을 느끼지 못해 영원불멸 헤매인다. 안식을 통해 다른 시체들과 함께할 수도, 완전히 살아나 다시 인연을 맺고 살아갈 수도 없는 흡혈귀의 삶, 누구에게도 초대받지 못하고 비치는 것에 존재를 규명할 수도 없어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면 자신을 구분할 수 없다. 사회를 파괴하는 현상으로만 존재한다. 

 

결실 없는 가을, 시체가 머물렀다 떠난 자리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의 입맞춤은 차갑고, 우리는 살아있어야만 타인과 인연을 맺고, 귀환할 수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을 회복하고 다음의 관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손은 따뜻하고, 호의와 마음이 섞이고, 한 도시를 뒤흔드는 파괴로부터 구원을 행한다. 함께 영웅이 된다. 괴물의 피를 뒤집어쓰고 비늘과 발톱이 돋아난대도, 살아있는 한.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일상으로의 귀환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음.

일상의 기준이 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포용하고 살아가는 이상 그건 일상이겠지… 우린 각자의 일상을 지키는 영웅인 거야.

이 후기는 지인이 계속 재밌는 거 써주면 좋겠고 기왕이면 계속 테플 데려가주면 더 좋겠다는 야심과 사심까지 얹어 작성되었음을 밝힘.

review 230609

2023.06.09 15:06 #

댄싱사이더 주류 후기를 안 적었던 것 같아서.

언제 마셨는지는 시기가 좀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3월이었을 거다. 아니면 2월 말. 연말 공주 파티로 주문했다가 들고 가는 걸 깜박해서 이후에 다른 사람들 초대했다가 같이 마셨으니까.

 

주문했던 건 허니문배 750ml 2병이었는데 판매사 측에서 배송 실수로 프렌치 린넨을 두 병 보내는 바람에 새로 허니문배도 보내줬다. 처음엔 받고 당황해서 전화했는데, 그냥 마시라고 해서… 감사히 잘 마셨다. 4병 중 2병은 혼자 퍼마시고 나머지 2병은 친구들과 마셨음. 아마도 남은 기억에 유추하자면 그러함.

 

프렌치 린넨이 생각 외로 취향이었음. 허니문배는 좀 달았달까…

 

애플사이더 계열은 이름에서 사람들이 기대할 법한 것과 달리 무척 단 맛이 나지는 않는데, 숙성발효를 거친 맥주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도수가 높진 않은 알콜음료. 다른 이름으론 시드르라고도 부르고… (서치하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음) 사과 발효주 특유의 독특한 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거북함을 느낀다면 섣불리 추천하지는 않는다. 나야 술이면 아무 거나 퍼마시니 상관없었다. 시중의 유사품을 찾자면 써머스비보다 향이 좀 있는 느낌. 단 맛은 덜하다. 알콜 맛도 이쪽이 더 난다. 하긴 써머스비도 고르자면 사과주니까…

 

기존에 비슷한 이름의 허니문 와인과 허니비 와인을 먹은 적이 있던 터라 이름만으로 그쪽 부류일까도 생각했었는데 역시 베이스 자체가 다르니만큼 전혀 다른 맛이구나 싶긴 했다. 맛이 없냐 있냐를 따지자면 난 좋았고 디저트 류와 어울리는 맛. 산뜻한 계열의 식사와도 잘 어울리겠다. 크레이프 요리와 함께 먹었던 시드르가 생각났다.

무엇보다 향이 무척 달작지근하다. 프렌치 린넨은… 고르자면 풍선껌. 저렴한 표현인데 와우 풍선껌의 그 향이다!!! (늘 메이저하고 저렴한 표현으로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야 다들 한 입 더 마셔보기 쉽다는 개인적 의견이 있음. 솔직히 드라이하고 어쩌고 이렇게 말하면 술 초짜들은 뭔 소린지 쥐뿔도 이해 못 한다.) 허니문배는 이름답게 배~ 사과~ 꿀~ 계열의 단 향이 난다. 산미와 탄산, 적절한 단 맛으로 사과주 계열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둘 다 도수도 낮은 편. 댄싱사이더의 술은 늘 가볍게 입문하기 좋다.

 

 

유사품 하니 말인데 최근에 제주청귤 아이스티 녹차 제로라는 걸 발견해서 사 마셨다. 이거 진짜 취향이고 맛있다. 녹차 향이 끝에 감도는 미에로 화이바 느낌이다. 늘 제로음료를 갈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만족했음. 세븐일레븐에서 1+1 2,200원에 구매. 룸메이트도 맛보더니 처음엔 갸우뚱하다가 뒷맛이 엄청나게 미에로화이바라고 내 의견에 동의했다.

review 230501

2023.05.01 19:12 #

스타니스랍스키의 역할 창조로 드디어 그의 전집 중 60%를…

1권인 스타니스랍스키, 어떻게 볼 것인가? 와 5원인 액터스 북은 구매하지 않았다.

 

역할 창조도 실제로 펼쳐 보면 사실상 내가 읽기엔 다소 애매하지 않았나 싶은데, 까닭은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가 하나, 그리고 대본을 분석하고 읽는 방법인 것이 둘…… 작품을 읽고 역할을 더듬어가며 자신이 입을 옷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게다가 책에서 정말 중요하게 다루는 희곡이 나에겐 너무 낯선 것이었다. 지혜의 슬픔/오셀로/검찰관인데… 지혜의 슬픔은 러시아에서 유명한 희곡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미 펼친 책을 읽지 않을 수는 없다… 끝까지 가야 한다. 이것은 적책청산… 쌓인 책을 처리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 

 

 

하나의 배역을 위해서는 그 배역이 다른 인물들과 어떤 감정적 교류를 이루어가고 배역 기저에 깔린 내적 템포가 어떠한지, 배역에게 주어진 외적 상황과 내적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낼 수 있는지… 페이스와 속도, 템포까지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 작품 자체에 주어진 상영 시간과 그 안에서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지. 이 부분은 글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됨. 뭐… 실제 연기로 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좀 다르겠지만… 

 

하나의 역할에 대한 준비 기간은 역할의 연구, 역할의 삶 구축, 신체적 형태로 풀어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편견 없이 대본을 통해 배역에 대해 첫인상을 설계하고, 외적 상황을 연구하고, 내적 상황을 만들고, 그것이 익숙해지고 사실적인 형태로 실감나게 되며-즉 큰 의미를 가지게 되고, 하나의 현실이 된다. 

 

준비가 끝나면 창조에 들어선다. 환경을 조성했다면 씨앗을 뿌리고 역할에 대한 정서적 경험을 통해 창조의 토대를 이루고… 조성된 환경과 이해한 배역에 따라 내부에서의 충동을 느끼고 표면 아래에서 행동을 드러내고…… 정말 겹겹의 베일을 두르고 움직이는 것 같다… 연기란 거 엄청나게 빡세구나 생각한다. 어떤 건지는 알 것 같은데… 이걸 말로 이만큼이나 표현할 수 있는 저자에 대해서, 그리고 원활하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해낸 역자에 대해서도 굉장하다는 생각만…… 이 정도는 되어야 어떤 분야에 있어서 확고한 선구자가 될 수 있구나… 싶다. 

정서를 얻어내고, 충동을 얻고, 이윽고 그것은 길게 뻗어져 목표를 이룬다.

목표; 감정을 이루기 위한 미끼, 살아있는 존재에게 내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78p 무대에서의 삶은 무대 밖에서의 삶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목표와 그것의 달성으로 이뤄진다. 그런 목표는 배우의 창조적인 열망을 따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표지판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배우에게 방향을 일러준다.

 

별개로 사용된 단어들을 보면서 이거 혹시 프로이트 심리학 유행하던 시절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시기 찾아보니 스타니스랍스키와 비슷한 시기에 살다 죽었다.) 뭔가 그런 직감이 왔다. 꿈의 해석 읽을 때의 그 기분이……

 

음악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꽤 사용하고 있다. 저자부터가 음악에서의 총보라는 뜻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판본에는 악보로 번역되어 있음) 여러 모로 저자는 꾸준히, 지나치게 단일적인-보통의 태도로 연기에 임하며 일관적으로 사랑만을, 슬픔만을, 기쁨만을 이야기하는 태도를, 완벽한 선인과 완벽한 악인만을 연기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평면적인 배역에 숨을 불어넣어 입체적인, 하나의 삶을 연기할 것을 종용한다. 다채로운 톤으로 인물을 심화시킬 것을, 근원적이고 유기적인-초목표, 내적 본질로 수렴하라고 말한다. 

 

내적 본질에 수렴하고 토대를 마련했다면 그 다음은 외적 구현에 들어간다.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고 표현하든 배우는 자기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맡은 역할에 가깝게 자신을 변신시키면서도 자기 자신이 가진 권리로써 무대에서 연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확실히 소위 생각하는 무대 바깥에서까지 배역에 몰입해 살아가는 연기방식은 스타니슬랍스키가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방법이구나 생각했다. 이거야 뭐, 번역의 토대가 된 영문판 서문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1부에서는 지혜의 슬픔을 두고 스타니스랍스키가 직접 말했다면, 2부에서는 오셀로를, 3부에서는 검찰관을 두고 또 다시 가상의 학생들을 가르치는-배우 수업과 성격 구축에서 했던 그대로-방식으로 돌아간다. 미숙한 배우들이 쉽게 놓치는 부분에 대해 말해주고, 대본에 있어 하나의 역할만에 집중해서는 안 되는 까닭을,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작중의 외적 상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엇이 필수적인지, 어떤 요소가 빠졌을 때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짐작하게 하여 역으로 사건이 발발하는 이해도를 높인다.

스타니스랍스키는 결코 스텐실 같은-찍어내는 습관을 전부 비판하지는 않았다. 배역의 진실한 태도를, 사실적 느낌을 재연할 수 있는 훌륭한 스텐실은 배역의 방향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배역에 대한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태도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뭐 어렵게 말하지만 캐붕 내지 말란 소리가 아닌가 싶다(이래서 커뮤러란)

 

서브텍스트… 대사의 이면과 행간의 힌트, 스스로 보고 듣고 느낀 것, 극작가가 제시한 것들, 모든 것을 알아채고 단순한 해설자가 아닌 무대 위의 창조자가 될 것. 

 

 

원고가 쓰인 방식과 시기를 보면 차라리 2부의 오셀로를 떼어다가 배우 수업과 함께 진행하며 읽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성격 구축을 읽고 3부의 검찰관을 읽은 후 1부의 지혜의 슬픔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까닭은 1부인 지혜의 슬픔이 가장 먼저 서술되었고 이후 배우 수업과 성격 구축에 쓰려고 했던 설명 방식을 토대로 오셀로를 서술했으며 3부는 배우 수업이 탈고되고 성격 구축이 완성되어 가던 시점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독서 후기 : 연기 너무 어렵다

만만하게 본 적도 없는데 너무 어렵다

아는 말이고 아는 내용일 텐데도 어렵다

하지만 확실히 내면의 무언가를 끝없이 발산하는 직업이구나… 라는 생각…

알고 있는 연기물, 배우물 등의 캐릭터들을 생각하며 읽었더니 꽤 즐거웠다. 비록 내가 이 독서의 경험을 살릴 일은 좋아하는 캐릭터 배우au에 집어넣기 정도겠지만…… 그래도……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가까워지는 일은 늘 재밌다!

review 230217 음주 후기

2023.02.20 00:09 #

2월 17일의 술 후기. 안주로는 베헤르 오로 이베리코 하몽과 테트 드 무안 로젯, 연말공주파티를 축하하는 버터크림 케이크(주문제작됨)를 곁들였다. 다비님이 많은 것을 준비해왔다. (감동이야!) 중간에 치킨과 피자를 배달로 시키고 TV엔 중경삼림을 틀었다. 지인도 두 명 왔다 갔다. 정말 많은 안주가 함께 했다...

이 모든 음주는 한 병당 15분 컷이 되었음을 명시함.

 

고도리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진 고도리 복숭아 와인으로 시작했다. 750ml, 38,000원. 도수는 6.5%로 푹 익은 복숭아를 마시는 느낌. 신 맛이 약하게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오히려 더 달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복숭아 셔벗을 만들어도 정말 아름다운 맛이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알콜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함.

 

그 다음은 애플사이더에서 만들어진 오크랜드 9.0%를 땄다. 750ml. 17,900원. 애플사이더 특유의 충만한 향~ 시나몬 향이 강하고 좋았다. 맛은 그렇게 달지 않음. 애플사이더 술 전반이 그다지 단 편은 아니다. 도수에 비해 목넘김이 무척 깔끔하다. 고도리 복숭아 와인의 단 맛을 정리하기에 좋은 느낌. 맛이 깊고 아름다웠다. 육류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젬마 디 루나 모스카토. 7.5%였다. 750ml.호텔에서 38,000원에 결제했는데 호텔 밖에서 2만원대에 구매 가능. 치킨이 막 배달와서 치킨과 함께 마실 술로 골랐다. 단 편인데 또 심하게 단 맛은 아니고, 약간의 산미가 있어서 좋았다. 청포도 향. 과일 안주와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론 맵고 짠 맛의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함. 탄산이니만큼 입가심하기 좋다.

 

264 청포도와인 절정. 13.5%, 375ml, 19,000원. 미디엄드라이로 젊은 양조위 경찰코스튬과 옆에서 이육사의 절정을 읽는 만취한 다비님과 함께... 깔끔하고 아름다운 맛이었다. 향이 정말 좋았음. 무언가 섞이지 않은 안주가 잘 어울린다. 도수에 비해 가벼운데 그렇다고 깊이가 없는 건 아니었다. 풍미 있는 맛.

264 청포도 와인의 경우 광야와 꽃까지 세 라인으로 구비되어 있는데 절정이 생각 이상으로 산뜻하게 먹기 좋아서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다. 

 

雪恋花 500ml. 880엔으로 도쿄 내에서는 배송비 1100엔이 부과된다. 미친 거 아냐? 히네님이 일본에서 사왔다. 도수는 9% 이상 10% 이하로 쌀로 담근 발포주. 잘 섞고, 탄산을 살짝 빼고 마시면 좋다. 쌀로 담근 발포주라고 하면 막걸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막걸리보다는 약한 느낌의 발효였다. 고르자면 요구르트 느낌. 안주로는 과일류가 잘 어울릴 듯한 맛이었고 그 중에서도 딸기. 

 

그 다음은 세인트하우스 딸기 스파클링 와인. 750ml, 35,000원. 6.0%의 가벼운 과실주. 아름다운 색과 극도의 딸기맛을 자랑한다. 딸기잼이나 딸기청을 들이키는 것 같았다. 딸기잼이 어울리는 간식이 좋은 안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테면 빵이나 스콘, 케익 류…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알콜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함.

 

다비님을 마침내 죽여버린 금설. 375ml, 31,500원. 35%의 도수를 자랑한다. 증류주로 금가루가 들어갔다. 식용 금이 들어간 술은 아주 예전에 금박이 들어간 인삼주가 끝이었는데, 이 술은 찾아보니 쌀만 들어갔다고 한다. 게다가 기존에 마셔본 것과 달리 금가루가 눈처럼 흩날리는 계열로, 한 번 섞으면 금가루가 오래오래 휘날린다. 아름다웠다. 근사하고 목넘김이 무척 깔끔하다. 연령대 높은 사람에게 선물로 주기 좋다고 생각했다.

 

모스카토 다스티, 750ml. 정확히 어디 브랜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알 수 없다. (2023.02.23 16:42 사진을 받아 정정합니다. 벤토 델 마레. 아지엔다 아그리콜라499, 모스카토 다스티.) 5.5%. 약 60,000원 가량에 구매했다고 함. 레망님이 잠깐 호텔에 들러주셨는데 그 때 들고 와줬다. 산뜻하고 맛있었다. 모스카토 특유의 청포도 맛. 깔끔하게 먹기 좋은 단 맛이었다. 이쯤 나도 좀 취해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품평은 할 수 없다. 불행한 일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사서 마셔보기로 한다. 

review 잭다니엘 허니

2023.02.06 20:55 #

 

 

 

230206 잭다니엘 허니를 마셨다! 룸메와 반반 나눠서 마셨다. 달았다. 맛을 음미할 시간을 줘야 했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술만 보면 사람이 조금 돌아버리는 것 같다. 물론 정말로 그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과장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있잖아…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한식을 좋아하고 중식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난 음식의 대분류 중 술을 좋아하는 것 뿐… 

살찌기 딱 좋은 버릇이라 가내금주 중이었는데 룸메가 그냥 집어왔다.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좀 오래 고민하기는 했다. 궁금했거든. 원래 뭔가 사기 전에 한참 고민하는 편이라서(나에게 필요한 게 맞는지를 몇 번씩 되새긴다. 제법 환경 보존에 도움이 되는 버릇 아닐까?) 이번에도 그렇게 오래 고민을… 했는데 룸메는 더 이상 봐주지 못할 것 같았던 모양이다.

 

냅다 잔에 따른 거 절반 마시고 나니 갑자기 사이다(칠성 제로)를 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조금 가벼워질 것 같아서… 기대하고 탔더니 취향이 아니었다. 조금 슬퍼졌다. 잭다니엘은 콜라 타 마시면 맛있었는데… 맛이 없냐면 그건 아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달아서… 꿀 맛이 강했다. 그야 잭다니엘 허니니까 그렇겠지… 1리터로 사면 좀 더 저렴한 것 같았는데… 모르겠다. 동네 마트에 375ml만 있었다. 그래도 동네에선 제일 큰 마트다… 별별 거 다 파는 마트야…

 

원래 차에 타마시려고 했는데 그런 거 모르겠고 그냥 냅다 컵에 따라서 쭉 들이켰다. 뭔가 타서 마시는 것보단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가벼워서… 그리고 뭔가 타서 마실 거라면 탄산수가 좋겠다. 사이다는 제로라고 해도 단 맛이 있는데 원래 잭다니엘 허니가 단 만큼 단 맛이 좀 더 강해져서… 나는 조금 먹기 힘들어졌다. 단 걸 그렇게까지 잘 먹는 편은 아니라서… 단 걸 좋아하면 잘 맞을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달아서 입 안에 맛이 오래 남는 바람에 안주가 필요해졌다! 술 마실 때 안주는 보통 마시는 종류를 선호하는데(물이나 다른 술 같은 거… 사실 상 안주가 아니라 그냥 입가심에 가까움) 사이다 타고 나니 정말 안주가 너무 땡겼다. 아작아작 씹을 수 있는 거… 그래서 선물받은 녹차와플을 깠다. 단 맛이 안 느껴졌다. 너무 달다 이 술.

 

본래의 향을 사이다를 타며 흐린 것 같아서 아쉬웠다. 무엇보다 위스키 맛 자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꿀 향에 의지해야 했는데 사이다를 타는 바람에 사이다 향이 섞여서… 자몽이었으면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자몽은 주류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음, 사이다보다 레몬 주스를 넣었으면 또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시트러스 계열 과일을 전반으로 좋아해서 이런 감상이 나온 걸수도 있고. 진저에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게 섞여도 괜찮을 것 같다. 진저에일은 어디 들어가도 맛있어… (개인 평입니다) 아 그리고 유자차도 맛있겠다. 근데 이러면 진짜 심하게 달 것 같아.

 

어쨌든 35도 짜리 술을 냅다 머그컵에 한 잔 부어서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들이켰더니 조금 졸리다. 술에 약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강한 것도 아니라서…… 게다가 집에서 가볍게 마신 거라 긴장할 것도 없어서 그냥 취기에 녹기로 한다… 쓰던 것만 마무리하고 자야지.

 

맛있는 거 먹었으니까 내일 출근도 힘내야지!

review 무화당

2023.01.27 20:53 #

무화당 저당 빵쿠키 세트 후기.

 

반죽의 주 재료가 밀가루가 아니기 때문에 알갱이가 조금 다르다. 서걱서걱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기본적으로 빵의 질감을 아예 해치는 것이 아니었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가루를 사용하고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을 사용한 빵쿠키 세트였다.

 

물론 계란과 크림, 버터는 그대로 들어갔으니 알러지 환자나 아토피 환자에겐 조금 고려해야 할지도. 그래도 밀가루가 빠졌다는 점이 어딘가. 내가 어릴 때 이런 게 나왔으면 나도 밤새 울긋불긋한 몸을 식히는 통증을 참아가며 먹진 않았을 텐데… 세상이 좋아져서 참 기쁘다. 아니 그나저나 카스테라 후기는 또 어디 갔어? 언제 먹었는지 까먹었다. 단호박머핀 이후 마지막으로 먹었고 꽤 취향이어서 잘 먹었는데!!! 사각사각한 식감이 폭신한 카스테라와 합쳐지니 오히려 너무 목 메이지 않아서 딱 좋았다. 

 

아몬드 가루가 대신 들어가다 보니 좀 더 기름지다고 해야 할까, 촉촉했는데~ 이 부분은 빵 쿠키 류라서 오히려 괜찮았다. 부드럽게, 버터를 많이 쓴 느낌으로 먹을 수 있었다. 난 너무 바삭한 걸 선호하지 않아서…

 

선물해주신 자몽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약 2주 간 입이 즐거운 나날을 보냈어요. 이 후기가 당신의 냠냠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30127 마늘바질쿠키를 먹었다! 짭조름... 후추 느낌... 바질이겠지... 폭신... 딱딱하지 않아서 좋다! 딱딱한 쿠키에 취약하기 때문... 

 

230128 계란빵을 먹었다! 담백하다. 여기도 바질 든 거 같은데? 계란이 살짝 달달하다. 베이컨이 들었다! 한 끼 식사로 적합한 분량인 것 같아. 맛있다.

 

230129 레몬마들렌을 먹었다! 레몬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한데다 레몬의 상큼함도 느껴지는 맛있는 마들렌이었다. 깔끔하다.

 

230201 초코마들렌을 먹었다! 달달하다. 엄청 단 건 아니고... 꽤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단 맛이다. 이 정도의 초코맛이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

 

230201 피넛버터파운드를 먹었다! 엄청나게 땅콩이다. 약간 달달하다. 가운데에 땅콩버터가 든 걸까? 들어있던 빵 중에 가장 리치한 식감이다.

 

230203 쑥머핀을 먹었다! 무화당 빵 중에 가장 긴장하고 먹은 빵이었다. 쑥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 하지만 딱 좋을 정도의 은은한 쓴 맛, 부드러운 질감, 충분한 버터맛... 단 맛이 있는데 쑥이 있어서 너무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230203 단호박머핀을 먹었다! 예상하던 익숙한 단호박의 맛. 그만큼 안정적으로 좋았다. 사각하게 씹히는 섬유질은 단호박일까? 생각하며 뒷면을 보니 건조코코넛이 들어갔다고 한다.

review 230120

2023.01.20 09:35 #

스타니스랍스키의 배우 수업 요약을 적어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갠홈에 적어뒀다고 생각했는데...! 9월에 읽은 걸 안 적어두면 어떡해!

 

독서모임에서 적었던 내용이라도 옮겨적어둠... 영차영차

 

22.09 독서

안녕하세요~~ 좋은 밤입니다. 스타니스랍스키의 배우 수업을 읽고 있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네요. 초반부는 다른 곳에서 정리한 적이 있어서, 이후 중후반부를 읽으며 마음에 들었거나 인상깊었던 것들을 정리해둔 것을 써내려갑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무대에 설 때 결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해라.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 한 예술가로서 행동해라. 누구도 결코 자기 자신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 부분이었네요.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겠지요. 그 아무리 천재라 해도 이름도 환경도 모르는 배역을 연기할 수는 없을 거예요.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그건 진실한 연기는 아닐 테고요.

 

책 전반에서 선생으로서의 스타니스랍스키는-즉, 토르초프 선생은 배역에 몰입하는데 있어서의 논리와 일관성을 주장합니다. 이것을 그는 배우의 내면을 연주해낼 악기라고 하는데, 이것이 연주되기 위해서는 거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거장인 감정은 뻣뻣하고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에 배우는 다른 거장을 찾아야만 하지요. 스스로 새로운 목표를 창조해내도록 하는 지성이 두번째 거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창조하는 열망을 지속적으로-정신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의지가 세번째 거장이에요. 세 가지 원동력은 상호적으로 강화되며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이 힘이 조화롭게 공조될 때에서야 배우는 자유로운 창조를 할 수 있답니다.

 

스타니스랍스키의 배우 수업은 말하자면 배우의 내적 준비 작업에 할애되어 있고, 외적 준비 작업은 성격 구축의 주요 내용이며 실질적 적용 방법은 역할 창조에 담겨있다고 하네요. 운이 좋아 세 권을 한 번에 구비한 덕에… 10월에는 성격 구축을 이어서 읽어볼 예정입니다.

 

뻘하게 이 번역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역자 서문과 출판사 편집실에서의 일러두기 페이지에서 고스란히 한 번, 막심 고리끼, 쌍트 페테르부르그, 고골리, 체홉 등의 단어에서 또 한 번… 출판사 예니의 출범 과정에 대해서까지 써주시다니 이런…….

 

이하로는 발췌하며 정리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가장 밑에는 인상 깊은 문장을 발췌한 대사를 약간 중략하여 기재했어요. 개인적으로 아주 모르지만은 않지만 또 그렇다고 정확하게 인지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즐거웠네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그게 제 전문분야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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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배역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완할 줄 알아야 한다. 무거운 피아노를 들고 있을 때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의 특정 근육의 긴장으로 인하여 창조 작업이 방해받을 수 있다. 근육 이완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수한 목적을 위해 특별히 할당된 시간에만 근육을 이완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적·기계적 습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연기란 외적 형식-아예 배제하라는 뜻이 아님-과 일순간의 격정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이고 능동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목표는 배우에게 바른 길을 안내하고 거짓 연기를 삼가게 한다. 그러나 목표는 목표 자체보다는 내적 행동의 원천으로 필요한 것

 

올바른 목표는 풋라이트의 안쪽, 배우가 있는 데에 두어야 하며 관객을 지향해서는 x. 목표는 배우 자신의 것이어야 하며 맡은 역할의 목표와도 일치. 사실적으로 살아있으며 진실해야 한다. 명료해야 하며 막연함은 있을 수 없다. 배역이라는 옷감에 목표가 한 올 한 올 짜 들어가야 한다. 배역을 추진하고 정체되지 않도록 능동적이어야 한다.

 

단검을 쇠가 아닌 판지로 만들었다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가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도가 지나쳐 모든 예술은 거짓이며 극장에서 다루는 모든 인생은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극장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단검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을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 배우 내면의 감정이다. 배역이 처한 제반 상황과 여건이 실제일 때 배우이기 앞서 한 인간으로서 배우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배역이 인간 정신의 내적 삶에 진실한 것인가, 또한 그 실재성에 신뢰가 가는가? 무대에서 우리를 에워싼 실제 자연물, 그 물질 세계의 실재성에 대하여 우리는 관심이 없다. 무대 위의 물질세계란 배우의 감정을 위한 일반적 배경으로서만의 쓰임새가 있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믿고 싶어한다.

 

"(전략) 자네는 배우가 맡는 모든 배역을 위해서 온갖 새로운 느낌, 심지어 새로운 영혼까지도 만들어 가지고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자면 배우는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갖추고 있어야 하겠는가? 반면 배우는 자신의 영혼을 떼어버리고 배역에 더 적합하다고 해서 빌어온 영혼으로 대치할 수 있을까? 그러자면 그 영혼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 옷, 시계와 같은 물건들은 무엇이든 빌려다 쓸 수 있지만 감정은 다른 사람에게서 뺏어올 수 없다. 내 감정은 오직 내 것이며 자네 감정 또한 자네 것일 뿐이다. (중략) *무대에 설 때 결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해라.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 한 예술가로서 행동해라. 누구도 결코 자기 자신을 벗어날 수는 없다. 무대에서 자기 자신을 잃는 순간, 진실한 배역의 역할과는 멀어지고 그 때부터 과장된 거짓 연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후략)"

 

 

정말이지... 나도 참... 얼렁뚱땅이라니까... 1월엔 배우 수업에 이어 성격 구축을 읽고 있다... 원래 12월... 11월... 그 전에 읽으려고 했는데 바쁘기도 바빴고... 변명이다... 열심히 놀았다... 하지만 기록 보니 열심히 산 것도 맞아...

 

이 아래론 성격 구축의 일부를... 141페이지 전은 예전에 읽은 거라 정리해둔 게 없다... 몸 통제하라고 발 딛는 모습부터 걷는 방식, 근육을 사용하는 태도, 그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했던 그 광기 어린 통제만이 기억난다...

 

141페이지 "목적이 있는 진실하고 생산적인 활동은 창조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는 화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관객 앞에나가서 다 - 다 - 다 - 하고 거침없이 몇 마디 내뱉고 오는 것하고 무대 위에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야."

"전자는 연극조의 말이고 후자는 인간의 말이지."

 

연기라는 거... 다시 생각해도 몸도 마음도 엄격하게 통제하며 계산적으로 이행하는 예술이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공들여서 해주는 스타니스랍스키도. 예술이라고 하면 보통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천재적인 면모...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하지만 우린 안다 예술은 그런 게 아니란 사실을... 천재적으로 보이는 명작 하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관조해야 함... 자기 자신에 지나치게 몰두해버리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면 그 순간부터 그건...... 

 

'배우는 무대 위에서 울고 웃을 때 자신의 눈물과 웃음을 관찰한다. 바로 이런 이중적 현존이, 실제의 삶과 연기 사이의 균형이 예술을 만든다.'

 

정말 이 말이 맞지 않나 싶어...

 

거리를 유지하고, 풋라이트의 안쪽에서 움직이면서, 동시에 자신 내면에서 가장 적합한 언어를 끌어내어 외부로 표출한다... 캔버스 위에서, 악보 위에서, 수많은 연습 끝에 가진 언어를 사용한다는 게... 결국 예술은 인간을 위해 탄생했고 인간의 언어로 불리고 인간이 프로그래밍해낸 것... 쭝얼쭝얼

 

230129 나머지 부분을 전부 읽었다. 

"우리는 우리의 본성이 하는 일을 판단할 수는 없네. 이건 왜 이렇고 저건 왜 저러하냐고 말할 수도 없고. 단지 그것은 그것 이외의 아무것도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우리가 번개, 바다에서의 폭풍, 스콜, 태풍, 일출, 일몰에 대해 잘 됐다 잘못 됐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최대의 지혜는 자신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네. 나는 그 지점까지 왔기 때문에 직관과 잠재의식의 영역에 대해서는 위대한 예술가인 인간의 본성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고백하네. 그래서 난 인간의 본성에 찬사를 보내는 거네. (후략)"

 

마지막 페이지 직전의 이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 술 먹고 행패 부리지 말라든지,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도 자신의 진솔한 친구와 가족이 아닌 이상 너무 본성을 드러내지 말라든지... 천재성에 몸을 맡긴 채 번뜩이는 영감을 따라 움직이지 말라든지... 무대 위에서 마냥 얼굴과 능력 과시하려 들지 말라는 것도... 결국 아주 본질적인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다.

 

이 다음은 바로 역할 창조로 넘어갈지 아님 중간에 다른 거 가볍게 읽고 넘어갈지 고민 좀...

review 230118

2023.01.18 17:54 #

와~ 한동안 안 보던 웹툰을... 추천받은 김에 몰아 봤다...

맨날 도파민 모자라... 이러고 다녔더니 추천받은 것 같기도 함

 

스포... 뭐 어느 정도 어물쩡 넘어가긴 할 건데... 눈치채면 어쩔 수 없죠. 누가 눈치가 빠르라고 했나요? 여기까지 와서 읽었다면 알아서 하세요! 폰투스:극야랑 똑 닮은 딸이랑 순정 히포크라테스 얘기 할 거임

 

 

마지막으로 읽은 웹툰이 이영싫... 치인트... 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 사이에 뭘 더 읽었었다(생각하니 그랬음) 블베는 저 두 작품 보기 전에 잠깐 봤었고... 알고 있지만도 봤었고... 어우 개쓰레기 남자.

 

여하간... 밀리터리물이 읽고 싶었는데 넘 쓰레기만 연속으로 걸려서 한탄했더니 추천받은 폰투스:극야... (고증 잘 했단 이유만으로 소설도 아닌 설명문을 나발댄 걸 추천작이랍시고 말하는 놈이 있었다.)

전작이 있고 이게 시즌2라는데... 전작 내용 가볍게 설명해줘서~ 잘 봤음. 간지나고 마초적이고 엄청나게 인간병기였다. 좋았다. 이런 스릴러가 보고 싶었던 걸까 나...

익숙한 남성향이었는데 환경적인 부분이나 설정적인 고증이 성실해서 좋았고 주인공이 엄청나게 세서 딱히 긴장 안 하고 볼 수 있었다. 메인 에너미도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무엇보다 아는 플롯이야. 아는 내용임. 아는 내용이 끝장나게 그려져 있다는 것... 내겐 마음의 안정을 준다. 문제라면 마초적이라는 거겠지? 지인에게 대놓고 이거 보세요라고 말은 안 함. 하지만 굳이 보겠다면 이 또한 말리지 않음. 제가 먹였습니까? 내가 쩝쩝대니 님이 옆에서 같이 먹었지...

그런데 내가 너무 이거 너무 좋아! 하면서 봤더니 룸메가 옆에서 같이 보기 시작해서 웃겼다. 액션 좋아! 칼 너무 좋아!

 

이거 다 보고 나니 추천받은 똑 닮은 딸... (심지어 읽으면 죽을 거라던 스포 다 읽어서 도의 상 보러 감) 이거 연출 너무 좋았어! 정말 정교하게 짜맞춘 작품이었다! 심지어 이런 연재작이라는 거 아무래도 초반에 확 긴장을 사로잡았다가 천천히 힘 빼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 스릴... 을 유지하며 이어가야 하는데... 독자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할 만큼의 긴장감을 이어가면서 연독률을 지킨단 점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음(지켜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웹소설 기준 연독률 50% 이상이면 대박인데 웹툰은 어떨까요? 이쪽은 업무 환경을 들은 게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음)

닮았다는 건 정말 무서운 거야... 알고 보면 아 여기서부터구나 하는데 모르고 봤으면 정말 깜짝 놀랐을 것 같다.(너무 놀라서 힘들어서 작품 내려놓을 수도 있긴 함) 그 거대한 압박감이 천천히 무너지고 가까워지고 인간적으로 보이다가, 어느 순간 아... 하고 보이게 된다는 점이 재밌었어

 

똑 닮은 딸까지 전부 보고 보게 된 순정 히포크라테스!

이건 오래 전부터 추천받은 작품인데 이제서야 보게 됐음.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누누이 말을 하지 뭐야... 아 물론 좋았죠... 아니 근데 폰투스에서 미친 여자 나온다고 비명 질렀더니 좋아하잖아요 이래서...! 미친 여자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라구요! 금금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좋았어~ 굉장히 건강하고... 고증적으로 신경쓴 부분이 보였고... 아는 사람들의 병원 썰 생각하며 듣는데 와 진짜 여러 모로 고생했구나 싶은 작품이었다. 플롯... 시원시원함. 내가 몰아봐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아니... 아닌 거 같아 그냥 텐션 자체가 시원시원해. 작품 전개가... 완급이... 좋아서 그런 걸까요? 물 흐르듯 흘러가면서도 사람들의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음. 그리고 주인공 남캐가 정말 좋았다. 이런 사람이 좋구나...

 

세 작품 다 나와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해주는, 그러니까 작가가 지나치게 작품에 몰입하지 않는 계열이었어서 좋았음. 인간 면면에 있어 굉장히 현실적이고 그러면서도 비현실적 요소를 거슬리지 않게 녹여냈다고 생각해(뭐 더 잘 아는 사람 눈엔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너무 확 가까워지거나 작가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면 그 때부터 좀 피곤해져서... 의도와 눈 마주치면 그 때부터 마음이 차게 식어버린달까... 비슷한 예로 모 소설을 비판한 적이 있었음. 작품 제목 그대로 주인공을 만드려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게 느껴져서 좀... 이건 작품 제목이 작품을 요약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임. 메타성을 지나치게 띄면... 나는 원래도 작품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독자이기 때문에 그대로 동떨어져 외로움을 타게 된다. 이 쪽 마주치지 마세요.

 

그 사이 한 명에게선 물 위의 우리, 양의 사수를 추천받았고

다른 한 명에게선 잔불의 기사, 집이 없어, 왕세자 입학도, 저무는 해, 시린 눈을 추천받았는데요

 

죄송... 단기간에 웹툰 너무 많이 봄

그래도 제가 리스트 적어두면 언젠가 보긴 할 테니 기다려보세요

그렇게 밀린 넷플릭스 작품 리스트가...... 이하생략.

 

별개로 웹툰 볼 때 그림체 좀 타는 편인데 추천받은 거 셋 다 그렇게 거북하지 않았다 왜지... 나 파악당한 걸까... 아무튼 표정 묘사라든지... 감정을 얘기할 때 헷갈리지 않아서 좋았음.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미숙하면 이해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아 맞아 그리고 찌풀 없어서 좋았어(있었을 수도 있다) 구린 의태어 너무 싫어해서. 그런 모든 것을 떼어놓고서도...

 

만화만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

 

후기 끝

review 220820

2022.08.20 00:24 #

7월에 읽으려다 미뤄졌던~ 도둑의 도시 가이드(제프 마노 작) 드디어 다 읽었다~ 건축물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는구나 싶었어… 재밌었다… 이하 발췌한 내용과 책에서 언급되어 흥미가 생긴 (그런데 외국 서적) 책도 적어둠 사각사각

 

따라서 물리적으로 닫혀 있는지와 상관없이 닫힌 공간에 대한 침입이란 "보호된 내부" 혹은 "분명한 경계로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가는 행위다. 닫힌 공간은 일종의 건축적 허구다. 이 추상적 공간이 침입절도의 유무죄 판결을 결정짓는다. 121p

 

"공간 자체가 이야기의 주인공 역할을 합니다. 안에서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는 공간은 없어요.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 없이는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고요." 231-232p

 

맨해튼 트랜스크립트 : 베르나르 추미

-도시를 사용하는 실질적 방식에 대한 법의학적 통찰

-범죄; 인간의 무의식 속에 억압된 도시 사용법을 드러내는 행위

review 220630

2022.06.30 22:46 #

와~ 6월 한 달 동안 적책청산한 책은 바로바로~ 폴 데이비스의 침묵하는 우주~

읽으면서 이것저것 메모했는데... 결론 : 콘택트 스포당함(하지만 오히려 흥미를 북돋는 스포였음) ㅎㅅㅎ세상엔 정말 재밌는 책이 많구나 싶어~...

책에 나왔던 것 중에(68p) '살아있다'는 사실을 정당화하려면 어떤 계(system)가 정보를 복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단순 복제는 소금결정도 함) 자주성(autonomy)을 발휘할 만큼 복잡해야 한다는 얘기... 정말 아주 명확한 논리인데 이거 커뮤에서 만나는 자없들한테 말하면 무슨 반응 보일지 궁금하다 저는 소금결정으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애 꼭 나오겠지(그렇게 살지 마)

 

지구 내에서 요모조모 기존과는 다른 체계로 살아가는 생명을 발견하려는 시도도 재밌었어~ 공룡은 왜 지성을 진화시키지 못했는가에 대한 질문이나... 기본적으로 과학에 기반한 사실이라 논리적으로 의견을 진력한다는 점이 좋았다~ 사담으로 폴 데이비스는 한두 세기만 잘 견디면 인류 문명에는 더 이상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는데 이거 정말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세계 꼴 가관이고 매일매일 가관 갱신 중이라... ^ ^... 

 

이하 정말 좋았고 그래서 적책청산 멤버들에게 보낸 발췌 내용...

 

236p

성공적으로 이주한 이들이 살아남아 유전자를 퍼뜨렸기 때문에 다윈주의적 진화는 유전자공급원에 방랑벽에 관한 습관을 고정시켰다.

 

282p 

21세기의 과학은 여전히 불완전하며 아직 진행형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수 세기 동안 과학자들이 철저하고 면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얻은 숱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 가장 신뢰할 만한 성과라는 사실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339-340p

열역학자들에게 우주의 역사는, 멈출줄 모르는 퇴보요, 쇠락의 길이다. 화학자인 피터 앳킨스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혼돈의 자식들이다. 기본적으로 변화는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주에는 퇴보와 멈추지 않는 혼돈의 물결만이 있을 뿐. 종말은 목적이며 남은 것은 방향 뿐이다. 우주의 심장을 깊이, 냉정하게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적막이다."

 그러나 우주론 연주자들은 같은 사실을 다른 색채로 본다. (…)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역사가 끊임없는 퇴보와 쇠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양성이 늘어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역학 이론과 우주론이 상반된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시각은 같은 현상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것에 지나지 않으며, 서로 부합된다. 왜냐하면 모든 자기 조직 과정과 새로운 종의 출현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형태로 열역학 법칙을 따르며, 결과적으로는 우주가 열역학적 종말로 치닫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거 좋아하시나요 :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 다음 책은 도둑의 도시 가이드... 빨리 읽는다면 이번에야말로 다른 책을... ^ ^... 솔직히 커뮤와 고정탁과 공부 병행하면서는 쉽지 않을 듯 하지만...

review 220605

2022.06.05 19:05 #

갑자기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 읽음... 읽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이상해진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아가페)으로 세상의 죄를 끌어안는 예수를 보며 보답받을 수 없는 사랑을 쏟아내던 유다... 흐름의 결핍이 자아낸 비극... 일말의 희망이 무너져내리고 스스로의 퇴로를 짓밟으며 달아나는 배반자... 하지만 이 사랑은 보답이 없기에 완전하며 예수는 유다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준다... 입맞춤을 받아준다... 이게 어떻게 사랑이 아닐 수 있단 말인가... ...... ...

 

하지만 실은 예수가 유다를 사랑했다 이건 안 됨 후회했다 이것도 안 됨...

이건 너무 일차원적인 태도임 유다 당신이 그런 짓까지 했지만 실은 예수도 당신을...!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설적인 태도의 복수이며 거대하고 완전한 사랑을 폄하한다. 이들은 보답받지 못하고 보답하지 않아 몰락하는 사랑을 했고 이것은 이대로 온전하다. 그러므로 개인의 비극으로 폄하되는 방식의 보복이 시도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랑의 보상을 말하는 모든 교인들은 즉 예수의 살해자이며 그릇된 배반자가 아닌가? 니체도 그랬음... 니체한테 따지세요

 

진짜 영문 모르게 갑자기 직소 읽고 이러고 있네 이번 달 읽을 책은 다른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