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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의지가 있다면 어디라도 천국이 돼…

 왜냐면 살아있으니까…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어디에라도 있어."

2021.04.09 02:05 # reply

난 오늘까지 살아왔어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해요

내일부터도 이렇게 살아갈 거라고

난 오늘까지 살아왔어요

때로는 누군가에게 배신 당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누군가와 손잡기도 하면서

난 오늘까지 살아왔어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요

내일부터도 이렇게 살아갈 거라고

 

요시다 타쿠로, <오늘까지 그리고 내일부터>

吉田拓郎, <今日までそして明日から>

2021.04.08 00:43 # reply

 

색약인 너는 여름의 초록을 불탄 자리로 바라본다

만약 불타는 숲 앞이었다면 여름이 흔들린다고 말했겠지

소년병이 투구를 안고 있었고 그건 두개골만큼이나 소중하고

저편이 이편처럼 푸르게 보일까봐 눈을 감는다

나는 벌레 먹은 잎의 가장 황홀한 부분이다

 

조연호, <배교>

2021.04.07 20:01 # reply

잠에서 깨었을 때 아무 고통이 없다면 죽은 줄 알라

-러시아 속담

2021.04.06 02:28 # reply

슬퍼 말라, 탄식 말라. 아난다여.

사랑스럽고 마음에 흡족한 모든 것과는

헤어지기 마련이며 없어지기 마련이며

달라지기 마련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아난다여.

태어났고 존재했고 형성된 것은

모두 부서지기 마련인 것을

사라지지 않음은 있을 수 없다.

2021.04.06 01:08 #

secret content!

2021.04.05 23:39 # reply

도금한 해골의 입에 물린 보석을 깎아 만든 꽃

2021.04.05 01:08 # reply

 비가 오고 있었다. 낡은 건물이 파도처럼 범람하는 이 도시 위에. 매캐한 화약 냄새가 대기 중의 습기를 머금고 추락하다가 바닥에 누운 시체를 덮었다. 첸 시에판은 자신이 쏘아죽인 남자를 지켜봤다. 이들은 마법사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세계의 규칙에 굳건히 발붙이고 있다. 그러니 누구라도 적합한 제물인 셈이다. 신의 접시에 올린 살덩이가 돌연 사라질 일은 없다. 마침내 그것을 확신한 시에판은 제물의 앞에 무릎을 꿇고 담배 한 대를 꺼내 그의 입에 물렸다. 불을 피우자 멀리서 우레가 쏟아졌다. 언제든 사람을 죽이는 날에는 비가 왔다. 이제 이 불과 연기를 타고 오른 가장 향기로운 영과 육은 신에게 향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신은 분노를 그치지 않고 인간의 과욕도 그치지 않는다.

 어디선가 새 우는 소리가 들린다. 우레가 그치고 비가 잦아든다.

 탄피를 주워든 그는 건물에서 빠져나간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 오늘이 아닌 언젠가에도 번제는 이어질 것이다.

2021.04.04 18:53 # reply

진주와 향수, 보라색 벨벳과 권총, 명멸하는 시야의 샹들리에와 탄약의 냄새.

권력에 의해 창출된 많은 것들.

2021.04.03 02:41 # reply

 

J, 밤이면 내가 쓰는 언어는 짐승의 빛깔이고 새벽이면 내 언어는 식물의 빛깔이 됩니다. 인간의 돌멩이를 피해 달아나 꽃을 안고 당신에게 달려가다가 나는 풀숲에 엎드려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목젖의 일이 입을 벌리고 내 미라를 꺼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꽃들의 붉은 똥을 마시고 뼈에 연보라색 불이 들어오도록 음악을 종일 들었습니다. J, 인간의 곁으로 가기 위해 나는 경(經)을 버렸습니다. 사물로부터 불어오는 만물의 경계를 오래 바라보며 사물과 맹목을 지나 나는 내 눈의 수액이 구름 속으로 스미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구름이 흰 뼈를 드러내는 시간은 내 얼굴이 노란 화상을 입는 시간이고 구름이 흰 손가락들을 내 얼굴에 집어넣는 시간은 당신을 향한 내 몸의 뼈들이 붉게 부어오르는 면입니다. J, 오래전 나는 헛간에 앉아 한 새장을 기르다가 죽은 새를 보았습니다. 맞아요 J, 새는 새장을 기르지 못합니다. 새장은 깃털을 모아두고 ‘날개’로 자신의 ‘혀’를 놀리다가 가는 또 다른 새일 것입니다. 구름 속에서 달이 허우적거립니다. 자기 허공에 색을 모으다 가는 달의 체내로 구름을 견디느라 지금 이 시간으로는 그대를 부르지 못합니다. 구름 속에서 달은 미천한 눈을 천둥의 수분에 맡기고 구름은 망각을 다른 수면으로 이동시키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구름의 세계에서 보자면 달도 자신의 배색에 불과합니다. 둥둥 떠 있다가 허우적거리는 일에 불과한, 허우적거린다는 것은 의식이 생활에 더 밀착해 있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허우적거린다는 것은 사물을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평면 위에서 점점 착오가 되어간다는 겁니다. J, 나는 내내 이 착오를 완성하고 그 미개로 죽겠습니다. J, 제물은 언제나 같은 이유로 제단에 바쳐지곤 했습니다. 제물은 언제나 우울이 아닌 공포로 세계를 견디고 있어야 했습니다. 수많은 척후병들의 도움을 받아 그 공포는 더욱 단단해지고 모든 운동은 음표를 잃어가고 참혹해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의 은유는 얼마나 적대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까? 제물은 헛소리를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미혹에 붙들려 제물은 자신의 형신(形神)이 어디로 바쳐지는지 모를 때 가장 연연한 춤을 춥니다. 혼효한 나의 필체는 공포의 대상 앞에서 더욱 활기를 가졌습니다. 구름과 달은 서로의 수면에 누워 있듯 서로의 상(像)에 스미는 헛소리입니다. J, 경마용 말과 짐 끄는 말 사이에 지금 나는 숨어 있습니다. J, 사랑하는 나의 J여, 혼란의 형신을 수용할 수 있는 형식을 나는 찾고 있습니다. 나는 내 생애 가장 유사한 교란이거나, 나의 편의를 돌보는 이 (피부의) 왜곡으로 저의를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우리가 모르는 생태계로부터 불어오는 이 꽃의 따귀를 때리신다고 하더라도. 내내 참혹엔 친필이 없습니다. 이 꽃을 받아주시겠습니까. 당신의 미라로만 나는 사랑입니다. 

 

김경주, <프리지어를 안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2021.04.03 02:29 # reply

 

평화는 전투적으로 지속되었다. 노르망디에서 시베리아를 지나 인천에 닿기까지, 당신은 얌전한 사람이었다. 검독수리가 보이면 아무 참호에 기어들어가 둥글게 몸을 말았다. 포탄이 떨어지는 반동에 당신은 순한 사람이었다. 늘 10분 정도는 늦게 도착했고, 의무병은 가장 멀리 있었다. 지혈하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며 적혈구의 생김처럼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전투는 강물처럼 이어진다. 통신병은 터지지 않는 전화를 들고 울상이고, 기다리는 팩스는 오지 않는다. 교각을 폭파하며, 다리를 지나던 사람을 헤아리는 당신은 정확한 사람이다. 굉음에 움츠러드는 사지를 애써 달래며 수통에 논물을 채우는 당신은 배운 사람이다. 금연건물에서 모르핀을 허벅지에 찌르는 당신은 인내심 강한 사람이다. 허벅지 안쪽을 훔쳐보며 군가를 부르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 노래책을 뒤지며 모든 일을 망각하는 당신은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불침번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는 당신은 사람이다. 명령을 기다리며 전쟁의 뒤를 두려워하는 당신은 사람이었다. 백 년이 지자 당신의 평화는 인간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서효인,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2021.04.02 00:54 # reply

연민이야말로 문명의 최초의 증거다.

The evidence of compassion is the first sign of civilization.

 

치유된 대퇴부

One day, a student asked Margaret Meade for the earliest signs of civilization. He expected her to refer to a clay pot or a grinding stone, or perhaps the first implement of war. Her answer surprised him. She said she believed the earliest sign of civilization was “a healed femur.” The femur is, of course, the thigh bone. In a society based on hunting and gathering, a person with a fractured thigh bone would be unable to care for themselves, and be useless to the tribe.

 

Someone with a broken femur would simply be allowed to die. But a healed femur showed that someone cared.

 

Someone hunted and gathered food for the injured person until the leg healed. Someone had to care for the person who could not care for himself. She said, “the evidence of compassion was the first sign of true civilization.”

 

 

2021.04.02 00:28 #

secret content!

2021.04.01 23:13 # reply

그 때, 여행자는 무엇인가가 뒤틀리는 소리를 들었다. 프로그램이 깊이 숨겨 두었던 로직을 찾는 시간의 간격을 느꼈다(혹은 그렇게 보이도록 간격을 둔 것 같았다). 여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내어 본 적이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혹은 목소리를 바꾼 것 같았다). 탁하고 낮고, 더듬거리는 목소리였다. 다른 차원의 현실이 입을 열었다. 마치 한 영혼이 그의 안에 숨어 있다가, 자신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말을 입에 담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이 그의 최초의 언어이며, 마지막 언어인 것처럼(혹은, 그저 이 모든 것이 그의 상상일 가능성과 함께).

 

스크립터

https://teen.munjang.or.kr/archives/2327

2021.04.01 02:25 # reply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한강, <회복기의 노래>

2021.04.01 02:24 # reply

 

무엇일까. 

나의 육체를 헤집어, 바람이 그의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꺼내는 것들은. 육체 중의 어느 하나도 허용되지 않는 시간에 차라리 무섭고 죄스러운 육체를 바람 속에 내던졌을 때, 그때 바람이 나의 육체에서 꺼낸 것들은. 

거미줄 같기도 하고 붉은 혹은 푸른 색실 같기도 한 저것들은 무엇일까. 

바람을 따라 한없이 풀려나며 버려진 땅, 시든 풀잎, 오, 거기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을 어루만지며, 어디론가 날려가는 것들은. 

저것들이 지나는 곳마다 시든 풀잎들이 연초록으로 물들고, 꽃무더기가 흐드러지고, 죽어있던 소리들이 이슬처럼 깨쳐나 나팔꽃 같은 귓바퀴를 찾아서 비상하고……

 

누님 저것들이 정말 저의 육체일까요? 저것들이 만나는 사물마다 제각기 내부를 열어 생명의 싱싱한 초산 냄새를 풍기고 겨드랑이 사이에 젖을 흘려서, 저는 더 이상 쓰러질 필요가 없습니다. 굶주려도 배고프지 않고, 병균들에게 빼앗긴 조직도 아프지 않습니다. 저의 캄캄한 내역(內譯)마저 젖물에 녹고 초산 냄새에 스며서, 누님, 저는 참으로 긴 시간 끝에 때 묻은 시선을 맑게 씻고 모든 열려 있는 것들을 봅니다. 모든 열려 있는 것들을 노래합니다. 

  

격렬한 고통의 다음에는 선명한 빛깔들이 일어서서 나부끼듯이 

오랜 주검 위에서 더없는 생명과 빛은 넘쳐 오르지. 

깊이 묻혀 깨끗한 이들의 희생을 캐어내고, 

바람의 부드러운 촉루 하나에도 

돌아온 사자(死者)들의 반짝이는 고전을 보았어. 

저것 봐. 열린 페이지마다 춤추는 구절들을. 

익사(溺死)의 내 눈이 별로 박히어 빛을 퉁기는 것을. 

모든 허물어진 관련 위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질서를. 

  

내가 품었던 암흑의 사상은 반딧불 하나로 불 밝히고 

때 묻은 환자들은 밤이슬에 씻어냈어. 

수시로 자라는 번뇌는 은반의 달빛으로 뒤덮고 

눈부신 구름의 옷으로 나는 떠오르지. 

  

포도알들이 그들 가장 깊은 어둠마저 빨아들여 

붉은 과즙으로 융화하는 밤이면, 그들의 암거래 속에서 

나도 한 알의 포도가 되어 세계를 융화하고. 

 

무엇일까. 

밤마다 나를 뚫고 나와 나의 전체를 휘감아 도는 은은한 광채는.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스며나는, 마치 보석과도 같은 광채는. 

스스로 아름답고, 스스로 무서운 저 광채 때문에 깊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나는 한 마리 야광충이 되어 깨어 있어야 하지. 저 광채 때문에 내 모든 부끄러움의 한 오라기까지 낱낱이 드러나 보이고, 어디에도 감출 수 없던 뜨거운 목소리들은 이 밤에 버려진 갈대밭에서 저리도 뚜렷한 명분으로 나부끼지. 두려워 깊이 잠재운 한 덩이 뜨거운 피마저 이 밤에는 안타까운 사랑이 되어 병든 나를 휩쓸지, 캄캄한 삶을 밝히며 가득히 차오르지. 

무엇일까. 

밤마다 나를 뚫고 나와 나의 전체를 휘감아 도는 은은한 광채는.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스며나는, 마치 보석과도 같은 광채는. 

 

 

송기원, <회복기의 노래>

2021.03.31 04:34 # reply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찍은 세포를 들여다보면 세포는 하나의 도시국가입니다. 3만개의 단백질 교환센터가 에너지와 물질을 풀어 고도질서의 세포 도시를 운영합니다. 중앙에 세포핵이 성전처럼 있고 핵산에는 생명체의 시원인 DNA가 이스라엘의 성궤처럼 모셔져 있군요. 질소염기 AGCT의 알파벳으로 쓰여진 유전암호는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생명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인간의 염색체 23쌍은 500쪽 4000권의 장서로 채워진 도서관과 같다고 합니다. 인간의 몸은 100조의 세포도시가 모여 복잡계의 질서를 이룬 은하성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지구생태계는 약 3천만종으로 분류된 생명연합의 다중우주이군요. 

 

그러나 이 모두는 세포라는 문법으로 쓴 생명의 책들. 플라타너스의 잎맥과 당신의 정맥은 수액과 혈액을 운반하는 상동(相同)기관입니다. 이중나선 모양의 DNA의 총길이는 약 2000억km. 야곱의 사다리처럼 지상에서 하늘까지 늘어선 ‘생명의 나무’입니다.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 생명의 폭발이 일어나 생명의 에덴동산이 지구에 펼쳐졌습니다. 1만 년 전 인간의 의식이 문자로 기록되면서 문명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21세기는 지식이 매 2년마다 배증하는 정보 폭발의 시대. 뇌 안의 가상세계가 현실의 시공간을 지나 풍선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뇌세포도 DNA가 쓴 문법이므로 인간의 의식이란 ‘생명장(生命場)’ 스스로의 생각일까요. 식물들의 ‘오라'와 ’페로몬'도 식물들의 의식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질문의 답을 품고 있는 생명은 번식의 춤을 추느라 몸이 달아올랐습니다. 해바라기는 태양아래 꽃을 피우고 공작새는 채색 무늬의 꼬리 깃을 부채처럼 펼쳤습니다. 당신은 연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김백겸, <세포도시>

2021.03.31 04:00 #

 

"살아갈 의지가 있다면 어디라도 천국이 돼…

 왜냐면 살아있으니까…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어디에라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