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back memo guest
   
ɴ
   

 

"살아갈 의지가 있다면 어디라도 천국이 돼…

 왜냐면 살아있으니까…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어디에라도 있어."

n

2021.10.31 02:12 # reply

 호수는 적막하다. 밤이 어두워 저택의 그림자는 비치지 않았다. 무덤 아닌 무덤을 지킨 채 열두 달을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 유령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왜 여기 앉아 있어요? 왜 나를 잠들게 두지 않죠? 목소리는 맨 처음 알렉시스였다가, 디아나였다가, 그의 부모였다가… 그러나 호수의 가장자리에는 그들의 얼굴이 비치지 않았다. 누구도 남지 않았다. 짧은 생인데도 슬픔은 모자람이 없었다. 그는 머리를 번쩍 든다. 아직 당신들의 자리는 여기 있어, 언제든 돌아와줘. 그림자는 비치지 않는다.

 

 

 "백작님."

 누구인지 하니 작년에 새로 저택에 들인 화가였다. 목적을 물으니 초상을 남기고 싶다는 말이었다. 기꺼이 응했다. 보편적으로 맴도는 소문에 대해 익히 꿰고 있다. 저택에 머무는 예술가들의 천편일률적 취향에 대해서도. 저택에 얽힌 이야기, 그 자신의 이야기, 심지어는 다소 안개가 잦은 영지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만들어진 무대장치처럼 어울리지 않는가. 다만 필요의 대상이 되는 일은 언제가 되어도 기꺼워서……,

 

 에르제베트 콜윈이 떠나간 것도 그에게는 선택할 기회 없던 일이었다. 도피할 목적이든 면피할 목적이든 그가 필요했고, 그에겐 잠시나마 머무를 사람이 필요했을 따름에……. 딸을 사랑한다면 에펜베르크 가에 굳이 딸의 등을 떠밀 사람이 없었고, 명예가 필요하다면 마찬가지로 그 앞에 발 디딜 이유가 없으며 그를 보고 반하기에는 좀처럼 저택 밖에 나가지 않으니, 이어진 비극에도 얼굴 들이미는 사람은 비슷한 목적이다. 약간의 부귀와 유서 깊은 귀족가와 혈연을 이어 콧대 높일 기회.

'용병이나, 운 좋으면 방랑기사! 어쨌든 몸 좋고, 피부는 가맣게 좀 타고, 백작님 안 닮은 사람이 좋거든요.'

'취향이… 상당히 분명하신데….'

'우리 노친네가 천박하다고 싫어해서 좋더라고. 됐고, 약속 꼭 지켜야 해요. 저 죽은 걸로 하는 거 잊지 말고.'

'…예, 그러니 계신 동안에는, 곁을 지켜주시는 것을 잊지 마세요.'

 마지막까지 누구도 곁에 두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지…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좋았다는 것이 불행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에는 떠나지 말라고 밤새 울었는데, 그 몰골을 정말로 싫어해서 떠날까봐 방에서 몰래, 내내 울었다. 에르제베트 콜윈은 그가 어떻게 행동했든 떠날 사람이었지만 혹시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그를 가엾이 여겨준다면, 일평생의 동정심이 이쪽으로 조금만 기울어지기를…….

 애초에 그런 가능성조차 자랄 수 없는 목적 하에 이루어진 약속이었으므로, 약속은 완전히 이행되었다. 호수에 풍덩, 몸 던지듯 에르제베트의 드레스와 진흙 덩어리를 그가 손수 내던지는 것으로 선택할 기회 없던 필요가 다한 셈이다.

 

 화가가 몸을 일으킨다. 이만 오늘 손댈 범위는 끝냈다는 것이다. 잠깐 보아도 되냐고 물으니 그가 기꺼이 화상을 보인다. 정면이 아닌 측면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어딘가를 보고 계시는 것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다. 무의식적인 대꾸, "유령을?" 화가가 답 없이 웃는다. 그것이 그의 답이다. 

 

 

거미줄처럼 가늘고 검은 레이스로 짠 안대가 그의 가면이다. 그는 분수 가장자리에 앉아 그의 그림자가 수면에 비치는 것을 본다. 짧은 생이나 슬픔은 모자람 없이 맛보았다. 이 이상 속일 여유가 없다. 속아넘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잠시간의 평온에 젖어서, 그의 것이 아닐 사람들의 다정한 순간을 보면서……. 누구라도 그가 여기 있는 것을 알아챈다면 눈을 마주쳐야지, 그리고 아는 눈이기를, 그를 필요로 해 찾았기를, 떠난 사람이 돌아왔기를, 그림자가 비추기를, 그래서…….

n

2021.10.21 21:57 # reply

La Llorona

라 요로나La Llorona

자신이 익사시킨 자신의 아이들을 애도하며 물가를 맴도는 귀신 / 흰색, 젖은 드레스, 밤의 통곡, 물

 - 라 말린체라고도 알려진 도냐 마리나, 말틴진과 연관성이 있겠다

히스패닉계 전설

n

2021.09.30 05:27 #

secret content!
DJ Okawari의 Flower Dance 나레이션

M : Hey, spaceman!  

남자 : 안녕하세요, 우주비행사.(남자라고 생각함) 

W : Are you addressing me?

여자 : 저한테 말 거시는건가요?

M : Yes.. but You are a ...

남자 : 네.. 그런데 당신은..

W : Go on.

여자 : 왜요?

M : you are a girl. And you are selling flowers too. 

남자 : 당신은 여자네요. 그리고 꽃도 팔고 있고요. 

W : There are no flowers here. These are diaspora

여자 : 여기는 꽃이 없는데요. 이것들은 디아스포라라는 거에요. 

M : Even with a name like that, they’re flowers.

남자 : 그런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이건 꽃이에요.

W : This has the purpose of changing hydrogen into breathable oxygen and they're as necessary here as the air is on earth.

여자 : 이것은 수소를 우리가 숨쉴수있는 산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공기가 중요하듯 여기서 중요한 존재랍니다.

M : But I still say they're flowers.

남자 : 하지만 저한테는 여전히 꽃인걸요.

W : if you like..

여자 :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요...

M : Do you sell them?

남자 : 이것들을 팔기도 하시나요?

W : I'm afraid not.

여자 : 팔진 않아요.

M : But, maybe we can make a deal.

남자 : 하지만, 만약 우리가 거래를 해 보면 어떨까요.

W : What do you mean?

여자 : 무슨 말이죠?

M : Oh, you see, you won’t have to send them anywhere.  I’ll pay for them, and then, I’ll leave them here, for you.

남자 : 그러니까, 꽃은 여기에 그대로 있어도 돼요. 제가 돈을 내고, 꽃은 여기에 둘게요. 당신을 위해서요.

 

스페이스맨 : 우주 밖의 임무 Assignment: Outer Space

https://www.youtube.com/watch?v=LEI0wanOuYc

n

2021.09.25 17:24 # reply

 어릴 때 코레트 모르덴은 어머니가 입었던 드레스를 보며 자신도 이렇게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겨울을 끌어안은 채 살아갈 것이라고. 모피를 쓴 드레스는 아름다웠지만 무거웠다.

 결혼식을 앞두고, 코레트는 거울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불만족의 뜻은 아니었다. 명백히 아름다운 여자가 비추어 보였다. 옷은 봄의 꽃잎처럼 부드럽고 가벼웠으며 아름다웠다. 레이스는 서리 같았지만 손을 댄다고 녹아내리지 않았다. 예측하지 못한 미래다. 그와 만난 이래 하루하루가 그랬다. 이제 그녀는 부모님의 손 대신 오래된 친우들의 손을 잡고, 봄을 곁에 두고 살아갈 것이다.

 하이든은 비가 오면 정원에 맨발로 나가보자고 말했었다. 수건과 우산을 들고 함께 맨발로 걷겠다고. 결혼한 후에는 함께 선 초상화가 황궁에 걸리겠지, 사람들의 앞에서는 위엄을 지키고 우아하게, 반듯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하이든은 그녀의 자유를 존중할 것이다.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오랜 세월로 그녀에게 약속했다. 한결같은 마음은 꺾이지도 변치도 않겠노라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모르덴의 남자들이야말로 올곧다고 말했지만, 그래서 봄 같은 로첸 남자가 뭘 하겠냐고 했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한결같은 겨울에는 발이 얼어붙지만 한결같은 봄은 발끝에 입을 맞춘다. 겨울 이후에 오는 따스한 시간에 사건과 사고가 얼마나 생겨나는지는 오히려 잘 알아, 그래서 그 사람이 소중한 거야. 그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가기로 한 거니까.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잘 해나갈 수 있어? 대답은 사랑하는 청년의 목소리로 들렸다. 당신은 잘 해낼 수 있어요. 눈빛은 더 떨리지 않았다. 그녀는 봄에 찾아오는 진창을 걸어나갈 준비가 끝났다. 미래를 향한 기대가 견고한 신의에 기반해 피었다.

 

 

 그림처럼 남을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축하하는 이들은 많았고, 시샘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 마음은 동경에 이르렀다. 왕녀가 입은 드레스와 비슷하게 웨딩 드레스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아이들은 허리에 얇은 천을 두르고 왕녀인 척 뽐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도둑질 따위의 경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사면되었으며 제국 전 지역에 풍요가 배분되었다. 사람들이 걱정 없이 먹고 마시며 결합을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란 연인의 뜻이었다.

n

2021.08.09 01:07 # reply

 얼음과 눈의 왕국, 모르덴의 왕녀가 국가 간 교류를 위해 제국으로 걸음했던 것은 어릴 적, 열두 살 즈음의 일이다. 당시에는 왕국의 부귀가 제국의 귀족과 다를 바 없기에 주목받지 못했는데, 그 당시 외톨이로 지내던 왕녀에게 선뜻 다가가 손 내민 것이 당시 열 살 남짓 되었을 황태자였다. 어린 아이의 치기로 여겼던 황태자의 약혼 제의는, 두 사람이 성인이 될 때까지 굳게 이어지고 서로의 마음이 그 긴 시간 동안 헤매거나 달아나지 않았다. 

 이제 왕녀는 십삼 년 전의 약속을 위하여, 십삼 년 전 쓸쓸하게 달렸던 길을 다시 나아가고 있었다. 마차의 뒤로는 왕녀를 위해 왕과 왕비가 손수 준비한 짐들이 함께 내달리는 중이었고, 그녀의 손에는 연인이 보낸 편지가 들린 채였다. '그대의 초상화는 아름답지만 웃지 않아요. 사랑스러운 미소가 그립습니다.' 그렇게 끝마친 편지에는 어설픈 그림이 웃고 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편지에 얼굴을 묻고, 조그맣게 웃어버렸다. 이 남자는 어째서 이토록 한결같은 걸까.

 어느덧 제국이 가깝다.

 제국의 온화한 봄이 수도의 성문보다 먼저 성큼 발디뎌 새신부를 맞이하고… 그리고 그보다 먼저, 마중을 나온 남자가 있었다.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전하."

"코레트, 당신을 그리워했어요."

 

아, 그가 웃는다. 코레트도 따라서 웃는다. 차가운 얼굴에 봄 같은 미소가 피어난다. 

n

2021.08.05 02:27 # reply

우물 안의 시체

폐쇄성과 오염(전염성)

write 붉은 갈증

2021.08.05 01:38 # reply

사막 위 황금의 만찬, 목을 축일 수도 허기를 메울 수도 없는 욕망은 너저분하다. 메마른 모래바람이 불어온다. 여자는 잊을 수 없는 배신을 어제처럼 생각하고 머리를 기울인다. 가둘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린지 오래되었다. 그의 고독은 오래 차오른 독, 가늘게 뽑아낸 순금처럼 붉은 만찬에는 상대가 없다. 누구라도 좋으니 부디 한 끼의 불행이. 집요한 욕망은 갈 길 없이 헤매고 인고의 길을 걷는 영웅의 발목을 물 궁리를 할 뿐. 그 외에는 길에 오를 방법을 알지 못하므로….

write n

2021.08.04 04:34 # reply

부서질까? 부서지지 않는다. 여자는 머리를 기울이고, 남자는 가닥마다 흩어지는 꽃의 향을 맡는다. 한 손에 쥐일 어깨를 타고 흐르는 은의 강은 아무리 호흡을 가다듬어도 넘을 수 없다. 침범할 수 없는 어떤…, 남자는 결코 그럴 리 없는 육신임에도 조금 숨이 가쁘다고 생각하고, 한 겹 너머의 여자는 결코 울지 않음을 되새기고, 여자가 말한 많은 이야기는 결코 남자의 세계가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여자는 남자를 배제하지 않아서… 그는 한 줌의 가닥을 쥐고 입을 맞추며, 부서질까? 색 바랜 눈이 이쪽을 향한다. 부서지지 않는다.

write n

2021.08.04 00:42 # reply

작위를 산 부르주아 할아버지와 형을 팔아넘겨 막대한 부를 얻은 아버지, 가난한 몰락귀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만방자하고 권위적인 귀족 아가씨. 어릴 적의 사고로 골반 아래의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이며 발목에서 허벅지 안쪽까지 마법을 새겨 공중을 부유할 수 있게 되었다. 다리에 새긴 마법은 외부의 마나를 끌어와 쓰는 것으로 마나가 존재하지 않거나 마나를 거부하는 마법 무효화 지역에서는 걷지 못한다.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들을 통해 마법을 사용하며 보석을 매개체로 하는 마법에 능숙하다.

마법사가 되기에 아주 적합한 성정. 자기 자신을 신으로 여기며 자신의 열등감을 곡해해 부모의 탓으로 만들고 그것을 진실처럼 과신하며 살기 때문이다. 그 외의 재능은 없다. 사람을 이해하지도 않고, 동정하지도 않으며 사랑할 수도 없다. 몰이해조차 존재치 않는다.

이 여자의 문제는 다리가 아니다... 타고나기를 인간으로 인간의 틈새에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수 없는 족속. 매도와 비난, 동경만이 이 여자의 세상을 이룬다.

 

화사한 금발, 꿈꾸는 듯 다정한 푸른 눈. 상냥하고 늘 미소를 띈 얼굴. 다리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노출은 상체 위주. 면사를 머리에 썼으며 이것도 아티팩트다. 주변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라고 추켜세워주는 것을 좋아한다.

n

2021.07.31 00:13 # reply

무지개는 항상 태양의 반대편, 약 42도 각도로 굴절해 반사되어 관측되며 42도라는 관례적 각 이외 각도에서는 무지개를 관측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관측자는 각자의 42도 각도로 각자의 무지개를 본다. 

each individual observer's 42 degree angle

n

2021.07.28 02:34 # reply

고작 언약이라도, 우리에겐 영원한 서약이 돼. 그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하는 상대를 만난다면, 나도 뭔가 달라질까?

write n

2021.07.27 02:02 # reply

문 하나. 오십년을 곧게 자란 오동나무가 만든 간격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면 그만, 여자는 오십년을 넘게 반듯했던 가문의 정략적 선택을 본다. 남자는 어둠 속에 머무르고 있으며, 방은 안온하다. 그녀는 흰 손가락을 까딱 움직이고, 거기에는 어떤 요철도 없다……. 빛을 등진 여자의 얼굴은 남자에게 어떻게 보일까? 여자는 남자의 눈길이 어둠 속에서 희게 빛난 여자의 손 끝을, 그리고 손가락의 중간을, 손등을 더듬고 바닥으로 떨어졌던 것을 안다. 그는 하염없이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개처럼 굴고 있다. 그늘진 낯 위로는 염원하는 눈빛이 선명하다. 그의 생을 지배한 선장은 검푸른 물결 아래 가라앉았고, 그는 이제 고정된 별을 보며 파도에 흔들릴 뿐인데도. 바보 같은 남자는 파도를 따라 몸을 돌리고, 여자는…

quote n

2021.07.23 01:07 # reply

모진 계절이 될 거야.

상관 없어요.

n

2021.07.17 00:25 # reply

벨테인의 신성한 아홉 나무 -Alder, Ash, Birch, Hawthorn, Hazel, Holly, Oak, Rowan and Willow

 

Alder - Shielding, clearing & protection

Ash - Abundance, prosperity, health & transformation

Birch - New beginnings, renewal, change & feminine energy

Hawthorn - Happiness, nature, faeries & Druid magick

Hazel - Wisdom, dreams, prosperity

Holly - Protection, healing, good luck

Oak - Abundance, success, confidence, masculine energy

Rowen - Success, power, protection & life energy

Willow - Intuition, divination, & mastery

 

n

2021.07.16 21:51 # reply

지옥은 신의 부재 - 테드 창

write n

2021.07.03 19:05 # reply

 오슈바르트 블라디카. 긴 이름이었다. 아주 흔하지는 않으나 그다지 드물 것도 없는 성씨로, 역사와 세월이 묻어났으나 정작 이름의 주인은 돌아갈 길을 몰랐다. 아주 오래 전, 달빛 아래에 그늘진 그림자 속 어둠에 갈증이 고여 몸을 일으키고 형태 없는 죽음이 되었다가, 죽어가는 아가씨의 목덜미를 물고 피의 기억에 의거해 새로운 형태를 지녔다. 태생부터 현실에 발 디딘 적 없으며, 어둠을 벗어던지고 인간의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그 어떤 혈통에도 속하지 않은 채 인간의 틈에서 마모되어 가며, 용의 목을 찌르고 악을 처치해 미인을 구해내는 등 영웅이라 불리울 만한 여정을 거쳤으나 그 모든 행동은 단지 거대한 갈증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오슈바르트 블라디카는 욕망한다. 마모되지 않은 인간을 보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을 보면, 영웅의 여정에 오르려는 인간을 보면, 이 거대한 붉은 갈증은 기꺼이 관문이 되리라, 어떤 적이, 잊을 수 없는 비일상이, 독을 탄 옹달샘이, 귀환의 길에 놓인 뱀이, 아름다운 상자 안의 죽음이, 최후의 길목에조차 안심할 수 없는 영웅의 시련이, 그래서 누구라도 그와 같은 영원한 방랑자가 되기를! 영원토록 춤추라, 영원토록 노래하라! 아, 헤매이지 않을 단 하나의 영원한 별을 찾고자, 이룰 수 없는 욕망에 목매고, 끝없는 갈증에 헤매어라,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넘어져, 무너져버려라, 그리고 한 끼의 불행이 되어 나의 식탁 위에 오르기를.

 안식 없는 삶의 주인이 되기를! 돌아갈 길 없는 망령은 수시로 불특정다수의 정의를 저주했다. 영웅이 되지 못한 시체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n

2021.06.29 02:09 # reply

"아이니타스 제독, 매번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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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5 04:53 # reply

던파 2차 창작 / 블메x인챈

 

 

 

 밤이 눈을 감고 부러진 뼈를 모아 숨을 불어넣는 시간, 삶과 죽음에 얽매이지 않는 자가 검은 저택을 방문한 것은 그 즈음이다. 언제든 초대는 허락되어 있다. 그는 한 걸음을 내딛다 본능적으로 멈춰섰다. 검은 거미줄 레이스를 아끼지 않고 쓴 베일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거추장스러우나 불쾌할 것은 되지 못해, 그는 기꺼이 베일을 뒤집어쓴 채 걸어 들어섰다. 의미 없을 장난이다. 우스꽝스럽게 꿰맨 인형들은 춤을 추고 있다.

 

"장난은 이만 하는 게 어때."

"왜? 내 인형들이 뭐가 어때서……."

 

 높은 계단 위에서 구둣굽 소리가 울렸다. 목소리는 나긋하게 노래하는 듯해 저택 전반에 깔린 소음과 어우러졌다. 다다닥 뛰어 내려오는 발소리는 경쾌하고, 그 아래로는 질질 끌리는 소리, 방부 처리를 한 살결과 약간 잔존한 피의 향으로 그는 그것이 새로운 인형이라 짐작했다. 느리게 고개를 들면 긴 속눈썹이 팔랑거리며 그의 앞에 다가와 있다. 베일의 안쪽으로 성큼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막지는 않았다. 뒤에 끌려온 인형은 장밋빛 뺨에 푸른 눈으로, 인간이었을 시절이 어렴풋이 엿보였다. 저 뺨에 색을 내기 위해 남은 피가 그의 코끝을 간질였던 셈이다. 시선은 다시 마녀의 낯으로 돌아와 이색적인 부분을 발견한다. 아주 예전에는 창백한 피부 위 적색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소녀였다. 백색에 가까운 눈은 이물이다. 눈가에 나비가 앉았을 때에는 이만큼 얼굴을 들이대지도 않았었다. 꿰맨 눈 사이가 적색인지 백색인지 알 도리 없었다. "꿰맸었지 않나?" "예쁘지?" "흉악하군." "너무해!"

 실제로 흉악한 물건이다. 한 겹 가죽 아래로 흐르는 블러드비스가 일렁인다. 꿰뚫어 마땅한 물건, 뽑아내 짓이겨야만 할 불길한 힘에 반응한 파괴욕. 그는 한 걸음 물러서는 대신 손을 뻗어 마녀의 눈가를 더듬는다. 

 

"어디서 가져온 거지?"

"갖고 싶은가봐?" 

 

 뽐내듯 말하는 것을 보니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만든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만한 재료가 없었을 터, 그가 가만히 머리를 기울이자 날카로운 호갑투가 그의 뺨을 긁듯 쓸어 올리고는 눈가를 더듬었다. 닮은 꼴. "재료만 주면… 만들어주지." 목소리는 매혹한다. 그는 가만히 눈을 굴려 호갑투의 무늬를 훑다 웃었다. 본인의 것이군. 하기사, 거울에 비치는 육신만큼 손대기 좋은 재료가 없으리라. 훌륭한 재질이다.

 다만 그는 머리를 기울여 이마를 맞댔다. 눈이 마주친다. 여전히 붉은 두 눈과 이색의 눈이. "짐이, 이런 유혹에 넘어갈 것 같나." "왜? 넌 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마녀의 눈가에 멈췄던 손이 느리게 흘러내려 붉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휘감고 떨어졌다. 눈은 여전히 서로를 마주한다. 마녀의 그림자 뒤로는 소년의 생을 따라 들끓는 검은 개가 간혹 이를 드러냈다. 불온한 것.

 

"제대로, 죽지 않게 되면 말하도록. 짐은 이미 생을 무릎꿇렸다." 

"난 죽음을 지배하는걸! 너도 언젠가 고장날 거야." 

"그럴 리가." 

"그렇게 되면 말해, 내가 고쳐줄게. 어떤 모습으로든." 

"네 지배의 권역에 들어갈 일은 없다."

"후후, 역시 귀여운 쪽이 좋아?"

"제정신이 아닌 것."

"난 충분히 제대로 보고 있어!" 

 

 기분이 상한 듯 마녀가 가슴께를 팍 밀쳤다. 그는 기꺼이 무대의 배우처럼 한 걸음 물러서고, 나풀거리며 공중을 부유하던 한 겹의 베일이 다시 서로의 세계를 가른다. 그는 문득 베일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마를 맞댔을 때에는 느껴지지 않던 감각이다. 혹은 그 전에도. "짐 또한 제대로 보고 있나?" 둥그런 손으로 등을 도닥거리는 인형에게 안겨 있던 마녀가 눈을 빛냈다. 

 

"어떤 모습이든, 언제나. 바뀔 기분이 생겼어?" 

"짐은 변치 않는다."

 

 내키는 대로 변하고 꿰매는 마녀가 혀를 찼다.

 불변하는 군주는 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매번 그렇듯, 지리멸렬한 대화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매번 이어졌다.

n

2021.06.04 19:29 #

secret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