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ɴ
   

write 240130

2024.01.30 21:18 # reply

돌아가야만 한다. 돌아가야만.
어디로. 여자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이제 돌아가야만 하는 곳은 없고, 이 섬에는 아직 해야만 하는 일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을. 


"나는 이런 이야기 같은 것,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

"아름다운 향을 내는 벌레에 대해 알고 있나."


여름 그늘에서 죽어가던 것이 누구였는지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천녀님, 천녀님. 
천녀님, 소원을 이루어 주십시오. 
하늘에서 내려오신 천녀님.
아름다운 향이 나고, 
눈 감은 채 깨어날 줄 모르는 천녀님이시여.
하늘로 올라갈 적에는, 부디.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지."

 

손톱 밑에 흙이 끼고, 땡볕에 땀이 흐른다. 거친 나무 괭이를 휘두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여자는 그늘 아래에서 그것을 본다. 누군가 묻는다. 충사님, 혹시, 여자는 말한다. 그런 것은 할 수 없다. 할 수 없다고 대답해선 안 됐던가, 해야 했던 말은 그런 방법은 없다, 고 단언하는 것이었던가. 오랜 시간을 마을에 머물렀으나 충사는 부귀도 풍요도 불러오지 않고, 오직 현실의 이야기로만 응답했다. 자비를 모르는 관음. 가을의 수확을 기다려 겨울을 견딘다. 봄은 낫다. 여린 싹을 뜯어 소금에 버무리고 나물을 무칠 수 있으니. 매서운 것은 언제나 여름. 음식은 쉽게 상하고, 어린 것들은 더위에 울며 여유를 잃는다. 날카로운 눈물, 귀가 아파 목소리를 드높이고 언쟁이 이어진다. 계절이 몇 번이고 반복되어도 나날이 사람의 마음은 메말랐다. 쓰러진 여자가 발견된 것은 그 즈음이었다.

 

"나는 당시 머무르던 마을에서 그것에 감염된 시신을 만났다."

 

무더운 태양, 서늘하게 식은 몸, 섬세한 비단으로 몸을 감싼 여자는 아름다운 향을 내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 처음으로 여자를 발견했던 농부가 말하기를, 분명 눈을 마주쳤다, 살아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에도 여자는 깨어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턴가 그 여자를 천녀라 부르는 이들이 생겼다. 천녀님, 천녀님. 그들이 바라는 것은 충실한 자비와 환상 같은 구제, 깨끗하고도 차가운 물 한 모금, 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가을의 풍요와 겨울의 고요를, 봄의 탄생과 여름의 생명만을 원했다. 사람의 욕망에는 끝이 없다.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오탁 없는 세상이 어디에 있나, 관음은 자비 없는 구제를 베푼다.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시신을 천녀라고 모셨고, 나는 벌레를 퇴치했다."

 

"그것은 불에 약해, 생사를 모독할 권리를 그것에게 허락할 수는 없었다."

 

맹목은 눈을 가리운다. 여자는 그들을 그렇게 둘 수 없었다. 홀로 마음을 주었던 까닭이다. 무엇 하나 공감해주지 않으면서도, 무엇 하나 기적을 줄 수 없으면서도, 여자는 이 메마른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눈을 마주치고 싶었다. 벌레도 제대로 꼬이지 않는 메마른 산맥 언저리. 불길이 맑은 하늘을 뒤덮는다. 매캐한 연기가 하늘을 찌른다. 타들어가는 천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하늘로 올라간 것처럼 홀연히 타들어가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자, 불타오른 자리에는 저주와 비난과 증오가 있다. 여기는 나의 정토인가, 아니, 여전히 사바세계다. 단 한 번도 관음은 정토에 발 디딘 적 없다. 십악의 예토, 무엇 하나 구원받지 못하니 여기 홀로 고독해, 누구라도 나를.

 

"때로는 시신에 깃들어 산 것처럼 생생한 모습을 유지한다."


"향은 오래 맡으면 무뎌지고, 불쾌한 향도 아니니 외면할 이가 많지 않다."

 

"그러나 누구도 반기지 않았고, 마침 기록자의 서신을 받았다."


"그대로 떠나, 지금의 토류다."

 

 

지금의 토류에는, 충사가 끝없이 필요하다. 기이한 시간에 갇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섬을 떠날 수 없다. 여자는 차라리 지금을 평온으로 여겼다. 돌아가야만 하는 곳은 없다. 돌려주어야만 하는 것도 없다. 기다리는 것도, 그 무엇도, 모두 비어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인데, 어찌 하고 싶지 않았는지는."

 

"……."

 

 

"알 필요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