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back memo guest
   
ɴ
   

write 240209

2024.02.09 17:19 # reply

사리자여, 색과 공이 나뉘지 않으며, 공이 색과 나뉘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자 공이 곧 색이니, 받아들이고 상념하며 행하여 분별하는 것 또한 그렇다. 

 

항구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닮은 큰 목소리로 외친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줄을 잘 알았다. 배를 띄우고 물길을 넘나든다. 물 속엔 미역이, 어린 물고기의 시체가, 깨진 조개가, 어디로 가야 할 줄 모르는 것들이 파도를 따라 떠밀려 오는데 누구도 거기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모두 헤아려, 두 손에 담아 보아도 물길이 빠지면 그뿐. 물에서 살아가던 것들을 뭍에 내놓아 무슨 소용이겠는가, 도로 물로 보내주었다. 그 모든 것이 허상은 아니었으리라. 웃고 떠들던 이들을 지켜본 일, 사람들의 감사 인사,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 허상이 아닌 것은 잘 알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가야 하는 길을 따라 스쳐 간다. 여자는 과거를 되짚었다. 더 이상 돌아갈 길 없는 것을 지나치게 잘 알았다. 그렇다면 무슨 소용인가, 붙잡을 것도 마음을 쏟을 것도 본래 실존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 모든 것이 알알이 흩어지고, 또 어디선가는 무언가가 되어간다면, 그러나 이 만생萬生의 인연이 나를 두고 간다면, 이 모든 가능성이 나의 손 끝에 잡히지 않고 물결처럼 스쳐간다면.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하늘을 보면 거기에는 달이 떠 있었다.

 
허깨비 이상이 되지 못할 외로움, 한 때를 스쳐갈 당신과 다르지 않아. 변하고 부서지는 것, 모두 빛 아래의 허상, 당신이라 한들 다르지 않아. 그렇다면 언제고 하늘을 보아, 달은 나날이 차고 기운다. 어둠 아래서, 아주 기울어도 아주 차올라도 거기 있는 것. 다르지 않음은 익히 안다. 그럼에도 나를 떠난 적 없다면.

 


나의 정토는 그것으로 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