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ɴ
   

write 240317

2024.03.17 19:36 # reply

눈 쌓이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 한 겹 너머. 유리창에 김이 서린다. 달뜬 숨이 섞인다. 흰 몸을 끌어안은 채, 여자의 흐린 시야 대신 상대에게 몰두한다. 읽어내는 과정일 뿐이다, 벌레를 내보내는 과정일 뿐, 그런데도, 매달리는 호흡은 지나치게 뜨거워서,

 

무언가 착각할 것만 같다고. 어디서부터 잘못 길을 들었던가, 짐작은 가지 않았다. 흐트러진 기모노 자락과 오비에 시선을 주며, 필사적으로, 저것을 다시 돌이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사고의 흐름을 돌리지만 당장에 엉겨든 것은 살갗으로 닿아오는 검은 머리카락, 한 겹 한 겹을 벗겨내던 그 순간이 선명하다. 준 님, 가는 목소리가 힘겹게 그를 부른다. 평소와는 다른 새된 목소리, 들뜨고, 어딘지 새 같았다. 저는, 그 다음 이어질 말은 알고 있다. 착각할 리 없다. 너는 나를 믿고 있다. 그럼에도 이 순간은 지나치게 가깝다. 조그만 어깨를 감싸안는다. 우리는 괜찮다. 너는 괜찮으니까.

 

준 님. 다시 불러온다. 남자는 찰나의 착각을 견디지 못하고, 시에, 이름을 불렀다.
파정이었다.